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인성(李仁星, 1912~1950)의 예술세계를 오늘의 삶과 도시 속에서 다시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작품을 미술관 안에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와 연구, 교육, 도시문화, 공연, 출판, 아트상품으로 확장해 한 예술가의 삶을 지역과 시대의 문화자산으로 만들어가는 이인성기념사업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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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기념사업회가 정리한 2026년 소개자료에는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주요 전시와 기념사업, 대구 도심 곳곳에 조성된 이인성 관련 문화공간, 이인성미술상, 출판과 방송·공연, 그리고 앞으로 추진할 사업들이 한데 담겨 있다. 사업회가 바라보는 이인성은 단지 과거의 유명 화가가 아니다. 그의 작품과 삶은 대구라는 도시의 기억이자, 다음 세대에 계승해야 할 한국 근대미술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화가의 고향, 대구’…미술관에서 다시 만난 이인성

 

이인성을 다시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19년 11월 5일부터 2020년 1월 12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는 이인성 특별전 《화가의 고향, 대구》가 열렸다. 그의 고향인 대구에서 열린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소개서에는 당시 전시 포스터뿐 아니라 미술관 전시장과 홍보물, 관람객, 이인성미술상 시상식 현장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관련 작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2012.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앞서 2012년에는 이인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대규모 기념전이 개최됐다. 2012년 5월 26일부터 8월 26일까지 열린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은 서울 한복판에서 한국 근대미술사의 중요한 작가인 이인성을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개막 당시에는 기자회견과 축가 공연, 홍보대사 안성기와 주요 내빈의 전시 관람 등이 이어졌다.

 

2000년 11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서울 호암갤러리에서는 작고 50주기 회고전 《근대화단의 귀재 이인성》이 열렸다. 삼성미술관과 중앙일보가 주최한 이 전시는 이인성의 작품세계와 자료를 대규모로 소개한 대표적 회고전이였있다.

 

이처럼 사업회의 활동을 따라가다 보면 이인성에 대한 기억이 특정한 한 번의 전시에 머물지 않고 세대를 거쳐 계속 새롭게 호출돼 왔음을 확인하게 된다. 

매년 11월 4일, ‘이인성미술상’으로 이어지는 이름

 

기념사업회의 대표적 성과 가운데 하나가 이인성미술상이다.

 

이인성미술상은 2000년 대구광역시 조례로 제정됐으며, 매년 11월 4일 시상하는 것으로 소개돼 있다.

 

2001년 김종학을 시작으로 이강소, 이영륭, 황영성, 김홍주, 김구림, 이건용, 김차섭, 안창홍, 최병소, 이상국, 정종미, 홍경택, 김지원, 이태호, 홍순명, 최민화, 공성훈, 조덕현, 강요배, 유근택, 윤석남, 권오봉, 허윤희에 이어 2025년 이명미까지 수상자가 이어졌다.

 

한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상이 20년 넘게 지속되며 동시대 작가들을 발굴하고 조명해왔다는 점은 기념사업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이인성을 과거에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과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술관 밖으로 나온 이인성…도시 전체가 전시장이 되다

 

이인성기념사업회의 활동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작품을 미술관 밖의 도시공간으로 적극 확장했다는 점이다.

대구 두류공원에 세워진 이인성 동상

1995년 대구 중구 봉산동 입구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설치한 봉산문화거리 기념표지석이 세워졌다. 2000년에는 계산성당 안에 이인성을 기리는 나무가 마련됐으며, 2003년에는 대구 두류공원에 이인성 동상이 설치됐다. 이 밖에도 산격동 사과나무거리와 조각상, 남구 이천동 타일벽화, 삼덕동 야외갤러리, 2·28기념중앙공원 깃발전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이인성, 〈사과나무-2〉, 1939. 사진=이인성기념사업회

대구 북구 산격동의 ‘이인성 사과나무거리’에는 이인성의 작품 이미지와 벽화, 안내판, 조각 등이 설치됐다. 특히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사과나무》(1939)는 거리 벽화와 공공미술을 통해 시민들에게 보다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대구 남구 이천동에는 2018년부터 이인성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벽화 타일 거리가 조성됐다. 2018년 1차 조성에 이어 2019년 5월 2차 설치가 이뤄지며 하나의 거리 전체가 이인성의 작품을 만나는 공간으로 확장됐다.

이인성, 〈계산동 성당〉, 1930년대 중반, 종이에 수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2019년 5월에는 삼덕동에 야외갤러리가 조성됐고, 2020년에는 2·28기념중앙공원 시설에 《계산성당》과 《사과나무》 이미지가 활용됐다. 대구시청과 북성로, 대구예술발전소, 종로초등학교 등에서도 이인성과 관련한 이미지와 자료가 시민들을 만났다. 

 

결국 대구라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이인성 아카이브’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온 셈이다. 

학교와 생활 속으로 들어간 작품

 

기념사업회는 이인성의 작품을 학교와 교육 현장으로 확산시키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대구 북구 관음중학교에는 이인성 영인본 작품을 현관과 복도에 설치한 ‘관음 갤러리’가 마련됐으며, 보건고등학교에도 이인성 작품 영인본이 복도 공간에 전시됐다. 

 

사업회는 향후 교과서와 미술교육 자료에서 이인성의 작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소개서에는 작품과 교육자료를 연계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근대미술을 접하게 하는 구상이 담겨 있다. 

 

이인성의 예술을 학교 안으로 가져오는 사업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술관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작품을 마주하고 한 작가의 삶과 시대를 생각하도록 하는 문화교육의 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림이 발레와 영화, 디자인으로 확장되다

이인성, 〈가을 어느 날〉, 1934, 캔버스에 유채.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이인성의 작품세계는 회화에만 머물지 않았다.

 

창작 발레 《카페 아루스》는 2017년과 2019년, 2025년에 공연됐다. 우혜영 뮤 발레 컴퍼니가 참여했으며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이 이어졌다.

 

2017년 대구아트페어에서는 이인성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쇼와 기념 판화전이 열렸다. 전통적인 회화를 디지털 미디어와 판화로 재해석하며 동시대 관객과 만나는 시도였다.

 

이인성 작품은 영화 화면에도 등장했다. 소개서에는 영화 《암살》 속 이인성 작품 이미지와 관련 자료가 수록돼 있다.

 

생활 속 디자인으로의 확장도 활발하다. 《사과나무》를 활용한 소품과 전시 디자인, 《정물 꽃》(1946)을 활용한 넥타이와 스카프, 에코백 등이 제작됐으며 하나금융, 삼성그룹 VIP, 대구미술관 등의 아트 캘린더 사례도 남아 있다.

 

이 같은 활동은 작품을 단순 복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이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기록하고 연구하는 일…다음 단계는 ‘이인성 아카이브’

이인성, 빨간 옷을 입은 소녀, 1940년대 후반, 캔버스에 유채, 44.7×26.5cm 사진=이인성기념사업회 제공

기념사업의 또 다른 축은 자료의 수집과 기록이다.

 

이인성 관련 도서와 기획 출판물, EBS·MBC·TBC·KBS 등 방송 프로그램 자료, 홈페이지, 전시자료와 각종 인쇄물이 축적돼 왔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 역시 기록과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회는 전작과 평전, 카탈로그 레조네 발간을 준비하고 자료집 출판과 다큐멘터리, 세미나 개최, 《이인성 논총》 발간을 기획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카탈로그 레조네’는 한 작가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미술사 연구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인성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이다. 

탄생 120주년 기념전, 일본전…다음 세대를 향한 계획

 

소개서에는 향후 추진할 사업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인성, 〈카이유〉, 1932, 캔버스에 유채.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전시 분야에서는 이인성 탄생 120주년 기념전을 구상하고 있으며, 아트페어 특별전과 ‘아루스’ 재현, 일본 전시 협의 등 해외 전시도 추진 과제로 제시됐다. 

 

추모·문화사업으로는 ‘이인성길’과 수창동 아카이브 조성, 묘지 정비와 유품·사진 전시, 음악회·연극·발레, 학생 수채화 공모전 등이 검토되고 있다.

 

또 ‘이인성 스쿨’과 양화연구소, 아루스 다방 재개업, 아트상품과 달력, 기념품 개발 등도 장기 사업으로 제안됐다. 

 

특히 ‘이인성길’과 수창동 아카이브가 현실화된다면 이인성의 생애와 작품을 도시의 실제 공간과 연결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한 화가를 기억하는 일이 한 도시의 역사를 지키는 일

 

이인성은 1912년에 태어나 1950년 세상을 떠났다. 짧은 생애였지만 그의 작품은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그의 이름은 지금도 대구의 미술관과 거리, 학교, 공원, 공연장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소개서 첫 장 역시 그의 생몰연도와 함께 ‘주요 전시와 기념사업’을 기록하며 이러한 계승의 의미를 압축해 보여준다. 

 

이인성기념사업회의 지난 활동을 살펴보면 기념사업의 본질이 단순히 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을 전시하고,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고, 거리에 작품을 설치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게 하고, 공연과 디자인으로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 모두 하나의 문화적 기억을 만드는 일이다.

 

소개서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藝術이 存在하는 限 그 民族에게는 滅亡이 없다.”

 

‘예술이 존재하는 한 그 민족에게는 멸망이 없다’는 이 문장은 이인성기념사업회가 지난 시간 동안 이어온 사업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예술가를 제대로 기억하는 일은 곧 한 도시의 문화사를 보존하는 일이며, 다시 다음 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이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인성기념사업회가 이제 준비하고 있는 탄생 120주년 기념전과 아카이브, 학술연구, 해외전시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이인성기념사업회 주요 사업

 

  • 대상 작가: 이인성(李仁星, 1912~1950)

  • 주요 전시: 작고 50주기 호암갤러리 회고전, 탄생 100주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 대구미술관 특별전

  • 주요 기념사업: 이인성미술상, 두류공원 동상, 계산성당 추모나무, 사과나무거리, 이천동 벽화거리, 삼덕동 야외갤러리

  • 문화사업: 창작발레 《카페 아루스》, 미디어아트·판화전, 아트상품·캘린더

  • 연구·출판 계획: 전작·평전·카탈로그 레조네, 자료집, 다큐멘터리, 세미나, 《이인성 논총》

  • 향후 계획: 탄생 120주년 기념전, 해외 전시, 이인성길·수창동 아카이브, 학생 수채화 공모전, 이인성 스쿨, 아루스 다방 재현

  • 홈페이지: www.leeinsung.com 

    *본 [특집 탐방] 기사는 이인성기념사업회가 제공한 소개서를 기초로 작성 편집되었습니다.


    자료제공: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 이사장
    작성편집: 임만택 한국아트넷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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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기자 dream-kaz@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