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입양된 테크노 프로듀서가 국내외 예술가들과 함께 자신의 출생지인 서울로 돌아온다. 음악 공연만을 위한 귀환이 아니라 예술과 기술, 서로 다른 문화와 정체성이 만나는 국제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예술문화 공동체 DIGITAL AF는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서초구 ARC 강남에서 ‘DIGITAL AF SEOUL 2026’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하나 됨(Unity)’을 주제로 해외 작가 4명과 한국 작가 5명 등 총 9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회화, 사진, 도자, 조각,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브뤼셀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획자 야니스 사비르(Yanis Sabir)와 프랑스 테크노 프로듀서 하돈(Hadone)이 공동 기획했으며, 한국 작가 부문은 스페이스엠 갤러리 김민교 디렉터가 기획·구성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하돈의 ‘첫 예술적 귀환’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하돈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가 자리한다.

본명 제레미 보네(Jérémy Bonnet)인 그는 서울에서 ‘Kye Soo’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으며, 이후 보육원을 거쳐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다. 자신이 태어난 도시로부터 수천㎞ 떨어진 프랑스에서 성장한 그는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전자음악 분야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 암스테르담과 도쿄 등 여러 도시의 무대에서 활동하는 테크노 프로듀서로 성장했다. UFO95와 함께 프랑스 리옹에서 음반사 TSSRCT도 설립했다.
그에게 ‘DIGITAL AF SEOUL 2026’은 기억 속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자신의 출생지 서울을 예술을 통해 다시 마주하는 귀환이기도 하다. 전시가 내세운 ‘하나 됨’은 서로 다른 것을 하나의 형태로 통일한다는 의미보다는 각자가 지닌 차이와 기억, 문화적 배경을 인정하면서 그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획진은 인간이 단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유산과 문화, 기억, 언어, 때로는 충돌하는 소속감을 함께 지닌 존재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현실과 가상, 구상과 추상, 물질과 기술,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확장된다.
작품을 ‘가져오는 전시’ 아닌 현장에서 ‘만드는 전시’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제작 방식이다.
완성된 작품을 해외에서 운송해 전시장에 설치하는 일반적인 국제전 방식에서 벗어나 참여 작가들이 전시 개최에 앞서 경기도 화도에 위치한 비스타 밸리에서 약 3주 동안 함께 생활하며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들은 한국의 지역적 환경과 문화, 재료,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작품에 반영한 뒤 완성된 결과물을 서울 강남의 전시장으로 옮긴다. 따라서 이번 서울 전시는 다른 도시에서 열린 DIGITAL AF 프로젝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반복형 전시가 아니다. 작가가 머무는 장소와 사람, 환경이 달라지면서 작품 역시 변화하는 일종의 ‘현장 생성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에런 파울러·앙투안 그르네 등 해외 작가 참여
해외에서는 에런 파울러(Aaron Fowler), 앙투안 그르네(Antoine Grenez), 드니 메이에르(Denis Meyers), 미아 W.V.D(Mia W.V.D)가 참여한다.
에런 파울러는 조각과 회화,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작가다.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과 재료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기억이 교차하는 서사를 구축한다.
앙투안 그르네는 사진과 사운드, 설치 등을 통해 공간과 생명,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한다. 자동차 문을 활용한 공중 설치 작품처럼 일상에서 익숙한 사물을 새로운 공간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선보여 왔다.
드니 메이에르는 벽면과 공간을 손글씨와 문자로 뒤덮는 작업을 통해 글자를 단순한 의미 전달의 수단에서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조형 요소로 확장한다.
미아 W.V.D는 회화와 입체, 무대미술을 결합하며 평면과 공간, 이미지와 설치 사이의 경계를 탐색한다.
승지민, 생명과 여성성의 서사
한국에서는 승지민, 강석태, 조국현, 양재문, 김재범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승지민은 여성의 생명 잉태와 생성의 힘을 석류와 세포분열의 이미지로 시각화한다.
동서양에서 생명과 다산을 상징해온 석류의 씨앗을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이미지로 확장하고, 여성의 몸과 한국적 달항아리의 형상을 결합한다.
도자 부조와 유화, 아크릴 등 서로 다른 재료를 한 화면에 구성해 생명의 탄생과 분화, 여성성과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강석태, 상처와 회복 그리고 ‘StarB’
강석태는 희망과 회복, 인간적 연대와 공존의 가능성을 회화와 캐릭터, 공간 설치를 통해 표현한다.
‘어린 왕자’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 세계는 자신만의 캐릭터인 ‘StarB’로 확장됐다.
푸른 하늘과 별, 꽃, 여우, 지구, 비행기 등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 상처와 치유를 밝고 따뜻한 시각언어로 바꿔낸다.
조국현, 시간의 층위에 새겨진 원초적 기억
조국현은 점과 선, 색채, 기하학적 형태와 원초적인 기호를 활용해 인간 내면과 자연, 기억의 관계를 탐구한다.물감을 여러 겹 쌓은 뒤 긁어내거나 문지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화면에 시간의 흔적을 남긴다. 고대 상형문자를 연상시키는 기호와 강렬한 색채는 인간이 지닌 원초적인 감정과 무의식의 세계를 환기한다.
양재문, 한국 전통춤의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
사진가 양재문은 한국 전통춤 속에 담긴 한(恨)과 신명(神明), 정중동(靜中動)과 동중정(動中靜)의 미학을 사진으로 재해석한다. 느린 셔터를 활용해 무용수의 연속적인 움직임을 하나의 화면에 중첩시키면서 춤의 동작을 빛과 선, 시간의 흔적으로 변화시킨다. 그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 존재와 부재, 정지와 움직임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통예술의 호흡과 여백을 동시대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김재범, 타날기법으로 이어가는 선사와 현대
도예가 김재범은 한국 전통 도예기법인 타날기법을 현대적인 도자조형으로 확장한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은 문양을 나무 도구에 새기고, 이를 흙 표면에 반복적으로 두드려 새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선사시대 사람들이 남긴 이미지와 인간의 염원, 오랜 역사적 기억을 현대 도자예술과 연결한다. 사발과 달항아리, 장생과 군자 시리즈 등은 한국 도자의 전통성과 현대적인 조형언어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예술언어가 만나 완성하는 ‘Unity’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해외 작가들의 실험적인 설치 및 복합매체 작업과 함께 배치되며 ‘하나 됨’이라는 전시의 주제를 다층적으로 확장한다. 생명의 생성과 여성성, 상처와 회복, 인간 내면과 원초적 기억, 한국 전통춤의 시간성, 흙에 기록된 역사적 흔적은 출발점과 표현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인간의 존재와 관계, 기억이라는 공통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는 서로의 차이를 지워 하나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모습 그대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이번 전시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브뤼셀에서 시작된 DIGITAL AF… 서울로 이어지는 예술 공동체
DIGITAL AF는 2011년 브뤼셀에서 시작된 예술문화 프로젝트로 파리와 브뤼셀, 마이애미, 뉴욕, 리스본 등 다양한 도시에서 전시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일반적인 화이트큐브형 전시장보다 주차장과 공장, 철거를 앞둔 건축물 등 기존 전시공간의 틀에서 벗어난 장소를 활용해 일시적인 예술 공동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이어온 것이 특징이다.
DIGITAL AF가 주목하는 것은 전시가 끝난 뒤 남는 작품만이 아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와 기획자, 관람객과 지역사회 사이에서 만들어진 관계가 다시 다른 도시와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중요하게 바라본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역시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적 배경, 예술언어를 가진 작가들이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하고 작업하면서 관계와 협업을 새로운 작품으로 연결하는 실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DIGITAL AF SEOUL 2026’은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ARC 강남에서 열리며, 행사 기간 오전 10시부터 관람할 수 있다. 전시와 함께 참여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공개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9월 29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VIP·아트 프라이빗 오프닝이 마련된다.
전시 개요
전시명 : DIGITAL AF SEOUL 2026
주제 : Unity 하나 됨
기간 : 2026년 9월 29일~10월 3일
VIP·아트 프라이빗 오프닝 : 9월 29일 오후 6시~9시
장소 : ARC STUDIO / ARC 강남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30길 7
관람 : 행사 기간 오전 10시부터
해외 참여작가 : Aaron Fowler, Antoine Grenez, Denis Meyers, Mia W.V.D
한국 참여작가 : 승지민, 강석태, 조국현, 양재문, 김재범
공동기획 : Yanis Sabir, Hadone
한국작가 기획·구성 : 스페이스엠 갤러리 김민교 디렉터
공식 홈페이지 : https://pitch.digitalaf.x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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