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 기업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은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을 일깨우고, 기업은 경제활동을 통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며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과 기업의 관계는 오랫동안 후원하는 기업과 지원받는 예술인이라는 일방적인 구조에 머물러 왔다. 이제는 이러한 관계를 넘어 서로의 가치를 높이고 함께 성장하는 실질적인 협업 구조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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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은 단순한 후원의 대상이 아니다

문화예술은 태생적으로 수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영역이 아니다. 예술의 본질은 인간의 정신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있으며, 그 성과를 반드시 경제적 수익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예술에는 후원자가 있었고, 오늘날에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기업은 경제활동의 중심이며 자본과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다. 기업에는 문화예술을 지원할 경제적 자원이 있고, 문화예술에는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창의성과 감성적 자산이 있다.

필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화예술과 기업의 협업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문화예술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기업은 그 결과로 창출된 가치의 일부를 문화예술의 육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원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부나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문화예술과 기업이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경제적·사회적 협력 모델이다.

협업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상호 기여다

문화예술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지원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업 역시 문화예술을 단순한 기부 대상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진정한 협업에는 서로에 대한 기여와 책임이 따라야 한다.

예술인은 자신의 작품과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기업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제품과 서비스에 문화적 가치를 더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이러한 예술적 기여를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거나 지속적인 협력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특정 작가와 협업하여 제품을 개발하거나 사무공간에 작품을 전시하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기업은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의 새로운 활용 기회와 경제적 보상을 얻고, 더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협업이 축적될 때 문화예술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되고, 기업은 문화예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재능기부를 당연시하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자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화예술인의 노동과 창작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문화예술인에게 '좋은 취지의 행사이니 재능기부를 해달라'거나 '작품을 알릴 기회가 되니 무상으로 참여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

물론 예술인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재능기부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재능기부가 관행이 되고, 예술인의 창작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예술 작품 한 점이 완성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의 연구와 노력, 재료비와 작업공간 유지비 등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이러한 과정을 외면한 채 예술인의 참여와 희생만을 요구한다면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가 형성될 수 없다.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그 가치를 인정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출 역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문화예술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것은 예술인의 창작활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문화예술인도 홍보와 마케팅에 투자해야 한다

문화예술계에서 개선해야 할 또 하나의 인식은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태도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을 창작하더라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면 작품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 어렵다. 전시를 개최하는 것만으로 작가의 인지도가 높아지거나 작품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한 뒤 광고와 홍보, 마케팅에 투자하듯 문화예술인도 자신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언론 보도와 전시 홍보, 작품 소개, 온라인 콘텐츠 제작, 국내외 미술시장 진출 등은 작가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에는 전문적인 기획과 인력,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인 스스로도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대가 없이 알리고 홍보해 주기를 기대하거나 이를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홍보와 마케팅은 불필요한 지출이 아니라 예술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아울러 문화예술을 전문적으로 알리고 유통하며 시장과 연결하는 언론, 기획자, 갤러리, 문화예술 서비스 기업의 역할과 전문성 역시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창작과 홍보, 유통과 소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1인 1작가, 1기업 1작가' 협업운동의 의미

필자가 참여해 온 한국아트네트워크협회에서는 2017년 협회 설립 이후 '1인 1작가, 1기업 1작가' 협업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이 운동의 기본 정신은 특정 작가에 대한 일회성 후원이나 작품 구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한 명의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작품세계를 이해하며, 한 기업이 한 명의 작가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기업은 작가의 작품과 창의성을 경영활동에 접목하고, 작가는 기업의 문화적 가치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참여할 수 있다.

작품 구입과 전시 지원, 기업과 작가의 공동 프로젝트, 문화예술을 활용한 상품 개발, 임직원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실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협업의 형식보다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태도다. 문화예술과 기업의 협업은 어느 한쪽이 베푸는 시혜적 관계가 아니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동반자 관계여야 한다.

문화강국은 구호가 아니라 생태계에서 완성된다

우리는 흔히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의 문화예술은 세계 무대에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강국은 일부 예술가의 국제적인 성공이나 대형 문화행사의 개최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고, 기업이 문화예술을 경영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며, 국민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제도도 필요하지만 공공지원만으로 문화예술 생태계 전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는 없다. 민간기업과 문화예술인, 문화예술 서비스업계, 언론과 대중이 함께 참여하는 자생적인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인은 창작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기업은 문화예술을 비용이 아닌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국민 역시 예술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지불이 창작활동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문화예술과 기업의 협업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상생의 철학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문화강국은 선언이나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참여자가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서로 협력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이제 문화예술과 기업은 후원자와 수혜자의 관계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문화예술과 기업의 협업이며,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다.

글 ㅣ 임만택 | 한국아트넷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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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기자dream-kaz@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