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투데이 입력 2025.06.24 14:36

12. “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욕심은 생존을 해치는 독이다”
― 작은 확신에서 시작해 큰 시장으로 확장하라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우리 서비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연령층이 대상이에요.”
“모든 산업군에 적용 가능합니다.”
이런 말들은 창업자의 자신감과 비전의 크기를 보여주는 표현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는 전략의 부재를 드러내는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자원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있어 ‘모두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라는 말은,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타트업이 초기에 반드시 피해야 할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이 '전방위적 만족'에 대한 욕심이다. 마치 막연한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논리를 따라가듯,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전략은 겉보기에는 야심 차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기 쉽다.
문제는 고객이 아니다, 방향이다
모든 고객을 포용하려는 욕심은 결국 전략의 분산으로 이어진다. 고객의 니즈는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가격에 민감하고, 누군가는 디자인을 중요시하며, 어떤 이는 기능성과 효율성에 가치를 둔다. 이처럼 서로 다른 욕망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제품의 정체성은 희석시키고, 자원은 분산되며, 메시지는 흐려진다.
스타트업이 초기에 해야 할 일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소수'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것이다. 이 전략이 바로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로 대표되는 핵심 마케팅 프레임워크의 출발점이다.
STP 전략이 생존을 좌우한다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은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이라 해도, 고객이 ‘왜 이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면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 여기서 STP 전략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1. Segmentation(시장 세분화)
시장의 구성원은 결코 동질적이지 않다. 같은 제품을 쓰더라도 그 목적은 다르고, 사용 방식도 다르며,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도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식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생각해보자. 누군가는 건강이 목적이고, 누군가는 외모 개선이 목적이며, 또 어떤 이는 체중 감량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있다.
스타트업이 이런 다양한 욕망과 목적을 구분해 세분화하지 않고, 단일한 시장으로 접근한다면, 정확한 타겟을 놓치게 되고 결국 아무에게도 어필하지 못하게 된다.
시장 세분화는 연령, 성별, 지역, 직업, 소득 수준, 라이프스타일, 구매 행동 등 다양한 기준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스타트업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기능적 기준뿐 아니라 감성적·사회문화적 기준을 활용해 더욱 정밀한 세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2. Targeting(핵심 고객 설정)
세분화된 고객군 중에서 ‘누구에게 먼저 다가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타겟팅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장 크고 매력적인 시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지금 이 순간 집중할 수 있는 작고 명확한 시장을 정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자주 범하는 실수는 ‘큰 시장이 더 가능성이 있다’는 착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작은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큰 시장으로 확장할 힘도 생기지 않는다.
이 점에서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예가 바로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아니었다. 하버드 대학 내 학생들을 위한 폐쇄형 SNS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압도적인 반응을 얻고, 이후 아이비리그 전체로, 다시 미국 전역의 대학생으로, 결국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갔다. 작은 타겟을 완전히 만족시킨 후,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대표적 사례다.
3. Positioning(명확한 자리매김)
포지셔닝은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잡는 전략이다. 단순히 기능이나 가격이 아니라, ‘이 브랜드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는 단지 슬로건을 정하거나 광고 문구를 만드는 차원이 아니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이 제품이 떠오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반복된 메시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배달의 민족’은 처음부터 전국민의 배달앱이 아니었다. 배달 전화번호부에 불편함을 느낀 ‘야식족’에게 집중했고, 오로지 ‘배달’만을 향해 날카롭게 포지셔닝했다. 그 일관성이 지금의 배민 브랜드를 만들었다.
작은 성공이 커지는 법
스타트업에게 초기 성공의 의미는 단지 수익 창출이 아니라, ‘고객의 확실한 긍정’을 얻는 것이다. 이 긍정은 고객 충성도를 만들고, 자발적 홍보를 낳으며, 이후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된다.
한 명의 고객이 열 명을 데려오고, 열 명의 고객이 백 명의 충성 고객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처음의 1명을 진심으로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1명을 찾는 데 실패하면, 100명은커녕 10명도 모으기 어렵다.
결론: 욕심을 버릴수록 생존 확률은 높아진다
스타트업은 애초에 제한된 자원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욕심은 자원을 분산시키고, 메시지를 흐리게 하며, 전략의 핵심을 흔든다. 고객을 다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스타트업이 진짜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누구를 위해 만들 것인가?”
“그 사람을 어떻게 완전히 만족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다면, 시장은 그 스타트업에게 응답할 것이다.
결국 생존은 전략의 싸움이다.
그리고 전략은 욕심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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