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흰 꽃잎 사이로 짙은 가지가 흐르고, 초록의 잎들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번져간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밀려오는 화면에서는 꽃의 윤곽마저 색채의 흐름 속으로 스며든다. 중국 작가 류메이즈(LIU MEIZI)의 그림 앞에서 관람객이 마주하는 것은 만개한 꽃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 꽃이 피어나기까지 견뎌온 시간이다.

류메이즈가 송림아트센터를 통해 제19회 뱅크아트페어에 참가했다.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세텍(SETEC)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작가는 자연의 형상을 빌려 고독과 성장,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회화 세계를 선보인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화려한 색채 뒤에 놓인 조용한 창작의 시간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반복되는 붓질과 겹겹이 쌓이는 색채 속에서 자신을 마주해 왔다. 화면의 구조는 자라나고, 허물어지며, 다시 만들어진다. 그 과정은 작가가 시간을 살아내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류메이즈는 작가노트에서 “나에게 회화는 순간적인 열정의 분출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자기 소화의 과정에 가깝다”고 밝혔다. 자연을 거듭 그리는 동안 그는 고독과 떠돌아다님, 긴 창작 과정에서 찾아오는 의심과 침묵을 함께 마주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고백은 화면을 뒤덮은 꽃과 잎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풍성하게 피어난 식물은 작가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생명의 모습이다. 밝고 화려한 화면에도 홀로 머문 시간의 밀도가 배어 있는 이유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고독에는 성장을 향한 의지가 깃들어 있다. 누구도 바라보지 않는 자리에서도 식물이 자라듯, 홀로 있는 시간 속에서도 자신을 완성해 가려는 힘이다. 비바람을 겪으면서도 위를 향하는 식물의 움직임은 그가 믿는 생명력의 근원이 된다.

출품한 작품에서도 이러한 시선이 드러난다. 흰 꽃들이 촘촘히 펼쳐진 화면에서는 꽃잎과 잎, 가지가 겹치며 깊이를 만든다. 초록이 우거진 작품에서는 가늘고 긴 붓질이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 식물이 자라는 기세를 전한다. 붉은색이 강하게 번지는 화면과 노란빛이 넓게 퍼지는 화면에서는 구체적인 식물의 모습이 색과 흔적 속에 녹아든다.

작품마다 색채의 온도와 붓질의 리듬은 다르지만, 그 안에는 생명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공통된 감각이 흐른다. 꽃은 한순간 피어난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형태를 얻었다가 흩어지고, 서로 겹쳐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간다.
류메이즈의 회화가 점차 구체적인 꽃의 묘사에서 ‘생명의 상태’를 표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설명도 이와 연결된다. 화면에는 명확한 중심이 사라지고, 식물들은 서로 얽히며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관람객의 시선 역시 한 송이의 꽃에 머무르기보다 색채와 붓질 사이를 오가게 된다.

그 공간은 작가에게 기억의 구조와도 닮아 있다. 기억이 하나의 장면으로 정리되지 않고 여러 감정과 시간이 포개진 채 되살아나듯, 화면 속 식물도 서로의 흔적을 품으며 자란다. 색채는 감정처럼 흐르고 붓질은 시간의 층을 이룬다. 꽃을 바라보던 관람객은 어느새 작가가 오랜 시간 쌓아온 내면의 풍경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류메이즈는 예술학 박사로, 원저우대학교 미술대학원과 중국예술연구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상하이영화예술대학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중국 저장성 출신으로, 현재 베이징과 서울을 중심으로 현대미술 창작과 전시 및 국제 문화교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ORIGIN=presscon.ai
주요 개인전으로는 2009년 베이징 오늘미술관의 《포스트모던 여성 화가의 생활일기》, 2018년 저장성 원청박물관의 《한 사람, 한 도시》, 2025년 거제 유경미술관의 《목면화》와 서울 금보성미술관의 《고요한 향기》, 2026년 베이징 중국국가화원의 《피안화개(彼岸花开)》 등이 있다. 또한 베이징청년미술비엔날레와 파리 에스파스 피에르 가르댕에서 열린 중국·프랑스 청년화가초대전 등에도 참여했다.
이번 뱅크아트페어 참가는 한국 관람객들이 류메이즈의 창작 세계를 만나는 또 하나의 접점이다. 송림아트센터를 통해 소개되는 그의 회화는 꽃의 화려함에서 출발해, 그 아름다움을 지탱하는 느리고 지속적인 생명의 힘으로 시선을 이끈다.
류메이즈의 꽃은 조용히 자란다. 수없이 되풀이된 붓질과 쌓이고 흩어지는 색채 속에서, 홀로 견딘 시간은 다시 피어날 힘이 된다. 세텍에서 만나는 그의 화면은 그렇게 묻는다. 우리는 각자의 고독 속에서 무엇을 키워가고 있는가.

전시개요
전시명: 제19회 뱅크아트페어(BANK ART FAIR Season 19)
참여 작가: 류메이즈(LIU MEIZI)
참가 갤러리: 송림아트센터
기간: 2026년 10월 15일(목)~18일(일)
장소: 서울 세텍(SETEC) 전시장,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1번 출구
관람시간: 10월 15일 VIP 14:00~20:00 / 10월 16~17일 11:00~19:30 / 10월 18일 11:00~18:00
류메이즈 | LIU MEIZI
중국 회화 작가 · 예술학 박사
상하이영화예술대학교 교수
학력
원저우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중국예술연구원 대학원 졸업
주요 개인전
2026 《피안화개(彼岸花开)》, 중국국가화원, 베이징
2025 《목면화》, 유경미술관, 거제
2025 《고요한 향기》, 금보성미술관, 서울
2021 《찬란한 아름다움》, 베이징 리츠칼튼호텔, 베이징
2018 《한 사람, 한 도시》, 원청박물관, 저장성
2017 《꿈속에 꽃은 얼마나 지는가》, 롱더갤러리, 베이징
2014 《러시아 인상–얼굴》, 러시아문화센터, 베이징
2014 《걷기》, 찐샹박물관, 베이징
2014 《둥지》, 쩌중갤러리, 베이징
2009 《포스트모던 여성 화가의 생활일기》, 오늘미술관, 베이징
주요 단체전
2025 한국현대미술작품전, 한국 전국 순회
2022 베이징청년미술비엔날레, 오늘미술관, 베이징
2020 현대미술작가초대전, 찐바오훼, 베이징
2017 WOW세계여성현대예술가연합전, 티옌챠오아트센터, 베이징
2014 중국·프랑스 청년화가초대전, 에스파스 피에르 가르댕, 파리
2013 현대여성예술초대전, 시대미술관, 베이징
2010 작은 유화전, 중국 전국 순회
2010 현대회화전, 닝보미술관, 저장성
아트페어 참가
2026 제19회 뱅크아트페어, 송림아트센터, 서울 세텍
연락처
이메일: art.mz@qq.com
인스타그램: @artliumei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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