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산업 현장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로봇 축제가 8만 7천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행사 관계자들이 ‘2026 서울AI로봇쇼’에서 로보티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사피엔스’의 댄스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제진흥원 제공)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지난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6 서울AI로봇쇼’에 총 8만 7천 명의 참관객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서울AI로봇쇼는 ‘우리 삶과 동행하는 일상 속의 로봇’을 주제로 진행됐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LG CNS,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주요 기업과 피지컬 AI 혁신기업 총 51개사가 참가해 산업용 로봇부터 생활 밀착형 서비스 로봇, 휴머노이드, 재난 대응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과 활용 사례를 선보였다.

특히 올해 행사는 첨단 로봇 기술을 단순히 전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문화와 공연, 스포츠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로봇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공존하고 새로운 산업과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현대차·기아부터 혁신 스타트업까지…피지컬 AI 기술 한자리에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공간 중 하나는 국내 주요 기업과 혁신 스타트업이 첨단 로봇 기술을 선보인 ‘혁신기업존’이었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와 착용형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소개하며 이동 기술과 산업현장 작업 지원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LG CNS는 스마트홈 구현 기술을 선보였으며, 두산로보틱스는 식음료(F&B)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협동로

봇 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피지컬 AI 분야의 혁신기업 26개사는 개방형 전시 공간인 ‘오픈랩(Open Lab)’에서 사족보행 로봇과 자율주행 로봇, 웨어러블 로봇, 돌봄·의료 로봇 등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들 기업은 인공지능이 실제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산업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배송·안전·생활편의까지…일상으로 들어온 로봇 서비스

‘로봇IN서울존’에서는 시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 서비스가 소개됐다.

AI 순찰로봇과 자율주행 배송로봇, 화재 예방 순찰로봇, 청소·순찰 로봇 등 안전과 배송, 생활편의 분야에서 활용되는 로봇 기술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바리스타 로봇이 직접 음료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편의점 로봇, 로봇 사진 촬영 등도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개발한 VR 기반 로봇 데이터 수집 시뮬레이션과 손동작을 이용한 로봇 제어기술도 공개됐다. 이러한 기술들은 로봇이 단순한 자동화 기계를 넘어 인간의 생활을 돕고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창출하는 핵심 기술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휴머노이드 7종 공개…로봇과 K-POP이 만난 특별한 무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AI로봇쇼’에서 관람객들이 사족보행 로봇을 활용한 문화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제진흥원 제공)

행사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프로그램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연과 공연이었다. 메인 무대에는 로보티즈가 개발한 국내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사피엔스’를 비롯해 로브로스의 ‘이그리스(IGRIS-C)’ 등 총 7종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개됐다. 특히 사피엔스가 선보인 K-POP 댄스 퍼포먼스는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람과 유사한 형태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적 진보를 시민들이 직접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국 전통문화와 로봇 기술을 결합한 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과 해치·오방신 탈을 쓴 사족보행 로봇, 북청사자 공연단은 약 10분간 합동 공연을 펼쳤다.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이 결합한 이색적인 무대는 로봇 기술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패션 디자이너 한나신과 협업한 ‘로봇 테크 패션쇼’에서는 UCLA 로봇 연구소 로멜라(RoMeLa)의 헬륨 부력 경량 로봇 ‘발루(BALLU)’와 영국 엔지니어드아츠의 휴머노이드 ‘아메카(Ameca)’, 엘케이로보틱스의 로봇이 함께 무대에 등장했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가 이끄는 로멜라의 기술과 패션 디자인의 결합은 첨단기술이 예술적 표현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 밖에도 로봇 테니스와 축구, 복싱 등 3개 종목의 스포츠 체험 프로그램과 매일 낮 12시에 진행된 로봇 퍼레이드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경찰·소방관 24명 참여…재난 현장에서 활약할 로봇 기술 선보여

로봇 기술의 공공안전 분야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로봇챌린지존’에서는 재난 현장을 재현한 공간에서 사족보행 로봇과 드론을 활용해 구조 및 탐색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 구조 챌린지’가 개최됐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국내 경찰관과 소방관 24명이 직접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원격조종과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재난 상황에서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구조·탐색 임무를 시연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8일에는 시민들이 사족보행 로봇을 직접 조작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이는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로봇이 인명 구조와 현장 탐색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

로봇산업 투자·협력 확대…85건 투자 상담 성과

2026 서울AI로봇쇼는 시민 체험형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국내 로봇산업의 성장과 기업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10월 7일 코엑스 301호에서 열린 ‘피지컬 AI 포럼’에는 국내외 로봇·AI 전문가와 연구자, 기업 관계자, 학생 및 시민 등 127명이 참석했다.

‘로봇 친화도시 서울로의 발돋움’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신동준 연세대학교 교수, 황보제민 KAIST 교수 겸 라이온로보틱스 대표, 남창모 로브로스 부대표, 아오이 후카와(Aoi Fukawa) 갤봇(GALBOT) 부사장 등이 참여해 피지컬 AI 기술 발전 방향과 글로벌 로봇산업 생태계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로봇기업의 투자유치와 사업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1:1 투자 밋업’도 진행됐다.

서울시 Vision 2030 펀드 운용사 등 로봇·AI 분야 전문 투자사 20개사와 유망 로봇기업 34개사가 참여해 총 85건의 투자 상담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3개 기업은 후속 투자 연계가 검토되고 있어 향후 실질적인 투자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국내 로봇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알리는 동시에 투자사 및 산업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술을 넘어 산업과 일상으로…서울, 글로벌 로봇친화도시 도약 추진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기술로, 로봇산업의 핵심 발전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서울AI로봇쇼는 산업 자동화와 스마트홈, 의료·돌봄, 공공안전, 문화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피지컬 AI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대기업과 스타트업, 대학, 연구기관, 투자사,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로봇 기술의 산업적 활용과 대중화를 동시에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차기석 서울경제진흥원 미래혁신본부장은 “2026 서울AI로봇쇼는 관람객 8만 7천 명이 첨단 로봇·AI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로봇이 산업 현장을 넘어 우리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로봇 혁신기업의 성장과 투자 연계를 적극 지원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로봇 서비스 확산을 통해 서울이 글로벌 로봇친화도시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026 서울AI로봇쇼는 로봇이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닌, 시민의 삶과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현실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 행사로 평가된다. 아울러 기술 전시와 시민 체험, 문화예술 융합, 기업 투자 연계를 결합한 이번 행사는 서울이 글로벌 피지컬 AI 산업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