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그러나 작품이 작업실을 나와 관객과 만나기까지는 수많은 언어와 실무가 필요하다.

작가노트를 쓰고, 작품 정보를 정리하고, 전시 포스터와 초대장을 만들고, 언론에 보낼 보도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작품의 이동과 판매 내역을 기록하고, 관람객과 관계를 이어가는 일이 남는다.
창작에 집중하고 싶은 작가에게 이러한 업무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전문 인력에게 맡기기에는 비용이 들고, 혼자 해결하려면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AI교육이 작가에게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작업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줄이며, 관객과 만날 기회를 넓히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작가를 위한 AI교육은 일부 사람만의 관심사로 남겨둘 일이 아니다. 창작 활동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실무교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AI교육의 출발점은 도구에 대한 이해다.
AI가 어떤 일을 도울 수 있는지, 어디에서 오류가 생기는지, 입력한 자료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부터 배워야 한다. 화면에 질문을 입력하는 방법만 익혀서는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원하는 결과의 목적과 독자를 설명하며, 나온 답을 검토하는 과정까지 교육에 포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작가노트를 써 달라”는 요청만으로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담기 어렵다. 작업을 시작한 계기, 반복해서 사용하는 재료,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 작품에 담긴 경험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여기에 글의 분량과 용도를 알려주면 AI는 생각을 정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심을 잡는 사람은 작가다.
AI가 제시한 문장이 아무리 유려해도 자신의 경험과 어긋난다면 고쳐야 한다.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철학적 개념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표현이 들어갔다면 덜어내야 한다. 작가노트는 작가가 직접 책임지고 설명할 수 있는 언어로 완성돼야 한다.
작품별 설명문도 마찬가지다.
작품명과 제작연도, 재료와 크기, 제작 배경을 제공하고 관람객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정리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도록용 설명, SNS 소개, 전시장 안내문을 각각 만들어 보는 것도 유용하다. 다만 화면에 보이는 사실과 작가의 의도, 감상자의 해석이 뒤섞이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광고홍보와 마케팅은 작가들이 AI의 도움을 체감하기 좋은 영역이다.
전시 한 번을 준비하더라도 포스터 문구, 초대 메시지, 보도자료, SNS 게시물 등 여러 종류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AI를 활용하면 전시의 핵심 정보를 바탕으로 용도에 맞는 초안을 만들고, 게시 일정도 계획할 수 있다.
효과적인 홍보교육은 ‘눈에 띄는 문구 만들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누구에게 전시를 알릴 것인지, 그 사람이 어떤 정보에 관심을 가질지, 전시 관람과 문의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처음 작품을 접하는 관객에게는 쉬운 소개가 필요하고, 갤러리 관계자에게는 작업의 흐름과 전시 이력이 중요할 수 있다. 해외 독자에게는 번역뿐 아니라 작품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이해하고 전달 대상을 분명히 할수록 AI 활용의 효과도 높아진다. 홍보의 기준 역시 조회 수에만 둘 필요는 없다. 실제 관람과 문의, 관계의 지속으로 이어졌는지 돌아보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시 준비와 사후관리에서도 활용할 일이 많다.
작품관리 대장에 작품번호, 제목, 제작연도, 재료, 크기, 보관 장소, 출품 이력 등을 일정한 형식으로 기록하면 다음 전시를 준비하기가 수월해진다. AI는 이러한 관리 항목을 설계하고, 입력된 자료를 정리하거나 누락 여부를 점검하는 보조 수단으로 쓸 수 있다.
출품 목록과 운송 목록, 설치 일정, 홍보 일정 등을 연결해 관리하는 습관도 중요하다.전시가 끝난 뒤에는 작품 회수 여부와 정산 내역, 사진과 보도 기록을 정리해야 한다. 한 번의 전시 경험이 다음 활동의 자산으로 남으려면 기록이 필요하다. 작가를 위한 AI교육은 이러한 기록의 중요성과 방법까지 다뤄야 한다.
미술서비스업 신고제 시행 역시 작가들이 활동 환경을 이해해야 할 이유를 더한다.
미술서비스업 신고제는 2026년 7월 26일부터 시행됐으며, 2027년 7월 25일까지 1년간의 계도기간이 안내돼 있다. 따라서 이제는 시행 중인 제도에 자신의 활동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확인하고 준비할 시점이다.
다만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신고 의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자기 창작물을 직접 판매하는 행위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안내가 있으며, 별도로 운영하는 사업이 있다면 실제 영업 내용에 따라 대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구체적인 판단은 공식 안내와 관할 지자체의 확인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는 교육은 신고서 작성 요령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신이 수행하는 활동을 정리하고, 계약과 거래 자료를 보관하며, 작품 정보와 업무 기록을 관리하는 기본 역량을 함께 길러야 한다. AI는 준비 항목을 목록으로 만들거나 문서 초안을 정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법령의 적용 여부나 계약 조건을 최종 판단할 때는 현행 규정과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하다.
활용의 폭이 넓어질수록 주의사항도 분명하게 배워야 한다.
먼저 사실 확인이다.
AI는 존재하지 않는 전시 경력이나 수상 이력, 출처가 불분명한 인용문을 그럴듯하게 제시할 수 있다. 작가의 약력과 작품 정보, 전시 일정, 장소와 연락처는 원자료와 대조해야 한다. 보도자료에 들어가는 관계자 발언도 실제 확인된 내용만 사용해야 한다. 외국어 번역에서는 이름과 고유명사, 재료명과 크기 표기를 특히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저작권과 이용 조건을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다른 작가의 작품이나 사진을 입력하기 전에 사용할 권한을 확인하고, 생성된 이미지에 쓰인 글꼴과 사진 소재 등의 이용 범위도 살펴야 한다. 특정 작가의 고유한 표현을 그대로 따라 하도록 요구하기보다 자신이 구현하려는 색채와 구도, 분위기를 구체적인 말로 설명하는 태도를 권한다.
작품 이미지를 홍보에 사용할 때는 정확성도 지켜야 한다.
AI로 색감과 질감을 과도하게 바꾸면 실제 작품과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가상의 공간에 작품을 배치한 이미지는 설치 예시임을 밝혀 관객이 실제 전시 사진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미공개 자료 관리도 중요하다.
구매자의 이름과 연락처, 계약서, 계좌정보 등을 그대로 입력하기 전에 해당 서비스의 데이터 처리 방식과 설정을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부분만 남기거나 개인정보를 가린 자료로 작업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미공개 작품과 전시 기획안 역시 공개 범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야 한다.
AI가 자주 사용하는 추상적인 표현과 과장된 수식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서로 다른 작가의 글이 비슷해질 수 있다. 좋은 활용은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먼저 충분히 제공하고, 결과물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다듬는 데서 시작된다. 최종적으로 발표할 내용의 책임도 작가에게 있다.
교육 방식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기초과정에서는 AI의 원리와 한계, 질문하는 방법과 검토하는 습관을 익히고, 실습과정에서는 자신의 작품으로 작가노트와 홍보물, 작품관리 대장을 만들어 보는 구성이 바람직하다. 원데이 클래스는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입문 과정이 될 수 있다. 이후에는 각자의 전시 준비와 운영 과정에 적용하고, 결과물을 점검받는 후속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기능을 소개했는가보다 수강한 작가가 혼자서도 필요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자신의 작품 한 점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전시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하고, 작품 기록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다면 배움은 이미 작업실 안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AI교육을 받은 모든 작가가 AI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창작 방식과 신념에 따라 활용 범위를 정할 수 있다. 다만 무엇을 맡길 수 있고 무엇을 직접 판단해야 하는지 이해하려면 배움이 필요하다.
작가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은 깊이 생각하고 작업할 시간이다. AI를 익혀 반복되는 실무의 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예술을 더 명료하게 전할 수 있다면 그 배움은 창작을 지속하는 힘이 될 수 있다.
AI시대의 작가교육은 기술을 다루는 손과 함께, 그것을 판단하는 눈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글 ㅣ 임만택 한국아트넷뉴스 대표

필자는 IBK기업은행에서 36년간 근무하고 지점장으로 2013년 퇴직했으며, 금융 현장에서 쌓은 경영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007년부터 20년 가까이 작가 지원과 기업 문화마케팅을 해왔으며, 전시기획, 특히 국제 문화예술 교류에 힘써 왔다.
문화예술기획 Art Korea 대표를 거쳐 2017년 한국아트네트워크협회를 설립하고, ‘1기업 1작가 협업운동’과 국내외 전시, 작가 홍보 및 작품 유통 지원 등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현재 한국아트네트워크협회 회장과 한국예총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부터 미디어피아 전문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 2월 K-컬처 글로벌 미디어인 한국아트넷뉴스를 창간했다.
국내외 전시와 아트페어, 작가와 지역문화 현장을 기록하며 한국 문화예술의 해외 소개와 국제교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작가 지원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제1회 KAN문화예술대상 문화예술지원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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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kanlimmtaik/224445224192
임만택 기자 dream-kaz@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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