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피투자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한층 강화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회사 대주주 등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위한 금전 제공·수수 행위를 금지하고, 벤처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의 불공정한 투자계약 체결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9월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벤처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 충돌과 불공정 계약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투자회사 경영의 독립성과 피투자기업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벤처투자회사 대주주 등이 회사 경영이나 투자 의사결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금전이나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받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통해 벤처투자회사 경영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피투자기업에 과도한 부담 주는 투자계약 제한

개정안은 벤처투자조합이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피투자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경영성과지표의 변동을 이유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거나, 일정한 유예기간 없이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조건 등이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기업공개(IPO) 실패를 이유로 투자자가 보유한 증권의 가격을 과도하게 조정하는 이른바 리픽싱(Refixing) 조건도 불공정 계약조건의 사례로 제시됐다.

이번 조치는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협상력의 차이로 인해 투자계약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상환·회수 조건이나 가격조정 조항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불공정 계약조건은 효력 제한…행정처분 근거 신설

불공정한 투자계약 조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장치도 마련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공정한 투자계약 조건을 설정한 경우 해당 조건에 한해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관련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신설된다. 중기부는 이를 통해 피투자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투자계약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계약조건은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지속돼 왔다.

이번 법 개정은 이러한 현장의 문제를 법률 차원에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 간 투자계약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3월 30일 시행…하위법령 정비 예정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2026년 9월 29일 공포되며, 약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7년 3월 30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중기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관련 하위법령도 정비할 계획이다.

정부는 법 개정과 함께 투자계약 문화 개선을 위한 민관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중기부는 민관 합동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포럼’을 운영하며 벤처투자 현장의 불합리한 계약조항과 불공정 투자계약 사례를 점검해 왔다. 또한 지난 6월 30일에는 벤처투자 표준투자계약서와 해설서를 개정·배포하는 등 공정한 투자계약 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은 이번 개정을 통해 벤처투자의 의사결정과 투자계약의 공정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벤처투자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필요한 지원과 제도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벤처투자법 개정으로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단순히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단계를 넘어 투자 과정의 투명성, 계약의 공정성, 스타트업 보호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기반을 확장하게 됐다.

벤처투자시장의 신뢰가 기업과 투자자의 장기적 협력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향후 하위법령에서 불공정 계약조건의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 범위가 어떻게 마련될지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